일요일, 7월 17, 2016

개인정보 유출사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계세요"

There is nothing to do with personal information leakage in Korea

A양은 평범한 여대생이다. 그녀는 최근 두 달간 네 다섯 명의 낯선 남자로부터 "랜덤채팅에서 얘기한 여성이 아니냐"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 남성들이 A양의 이름, 휴대폰 번호, 학교, 학과를 정확히 알고 있었으며, 무려 두 세 달 전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했던 A양의 사진들을 가지고 있었다. 사진 중에는 A양 뿐만 아니라 A양의 어머니, 언니 등 가족의 얼굴도 포함되어 있었다.
연락을 해오는 남성 중 대부분은 중고등학생 정도 또는 대학생 정도의 연령대로 추정되며 그 중 몇몇은 다짜고짜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는 등 성희롱에 해당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무시하던 A양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범인이 A양의 정보를 랜덤채팅에 유포할 때 범인 자신의 휴대폰 번호가 아닌 실제 A양의 번호를 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포자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즉, 범인에게 돌아가는 어떠한 이익도 없으며, A양의 신상정보를 타인에게 알리는 것 이외에는 추가적으로 재미를 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는 A양에게 원한을 품은 지인이 악의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제 풀에 지쳐 그만 두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기에는 점점 연락이 오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랜덤 채팅이라는 커뮤니티 내에서 남성들에게 정보를 쉽게 주고 다니는 여성이라고 소문이 나는 것도 불쾌할 뿐만 아니라, 만약 실제로 지인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주소 등의 민감한 정보가 유포되어서 추가적인 범행이 일어날 수도 있는 잠재성이 있기 때문에 지체하지 않고 2016년 7월 15일 5시경, 사이버 수사대에 전화를 했다.
통화내역
결과는 참담했다. 온갖 법 조항 중에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다니는 ‘개인’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단, 개인정보의 ‘처리자’가 유포를 할 시에는 신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애매모호한 대답에 대한 부연설명을 요구했다. 쉽게 요약하자면, 개인과 단체의 차이, 그리고 약관의 여부이다. 온라인 상에서 가입절차를 밟을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 등의 약관을 사용하는 단체에서 개인정보를 유출할 시에는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할 시에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서 엄청난 모순이 발견된다. 약관을 사용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마음껏 유출해도 된다는 것이 된다. 사이버 수사대 담당자의 입에서도 “이 법이란 게 참 애매하다.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이 나왔다. 따라서 신고를 접수할 수 없었다.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으며, 용의자가 지인이기 때문에 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인지만 알아내서 그만두도록 할 수는 없는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역시나 이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가 효력을 발휘해서 용의자를 보호하게 된다. 모순이다.
사이버 수사대 측에서는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말 답답하시겠네요. 저라도 정말 화가 났을 거에요.”라며 위로의 말만 주구장창 늘어놓았다. A양이 사이버 수사대에 전화한 것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이미 A양의 얼굴이 찍힌 사진도 모두 유포가 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만약 주소 등의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되어서 추가적인 범행이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성폭행이나 살해를 이미 당한 다음에 신고를 해야하는 것이냐고 약간 비꼬면서 묻자 돌아오는 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세상이 아직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요즘은 112에 전화를 하시면 경찰들이 바로 출동을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싶으면 112에 전화하시면 될 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A양의 집 앞에서 흉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을 성폭행범들을 상상하면 A양은 쉽게 얼굴을 내놓고 동네를 활보할 수도 없으며, 각종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도 마음대로 게시할 수 없게 되었다.
A양을 보호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이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개인정보를 온라인 상에 점점 더 많이 제공하게 될 것이며, 그것이 때로는 아주 민감한 정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제공한 개인정보는 보호받지 못한다. 스스로 주의해서 개인정보를 취급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인터넷의 보급 및 확산에 따라 개인정보는 자연에 은거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온라인 상에 제공이 된다. 유출된 개인정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만, 가만히 앉아서 내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